각덕대사의 휴식처
오복이란? 본문
할머니의 오복
치아가 건강하면 오복이 있다고 한다. 물론, 딱히 맞는 말은 아니지만, 건강이 오복에 들어 있으니 이도 건강에 속하는 것이니 어떻게 끼어 넣으면 딱히 잘못된 말도 아니다.
편하게 잘 죽고, 건강하게, 물질적으로 넉넉하게, 오래 살고, 도덕을 잘 지키면 오복을 누리고 살았다고 할 수 있다. 오복이라는 것이 다 만족되야 행복한 것은 아니겠지만, 최소한 행복의 기본 조건은 되지 않을까 싶다.
공원에 갔을 때다. 벤치에 앉아 햇살을 받고 앉아 있기 그렇게 춥지 않았다. 지인과 함께 있던 내 옆 벤치에 노부부가 앉았다.
할머니가 내 옆에, 할아버지가 그 옆으로 자리하게 되었는데, 나이 들어 같이 산책하고, 같이 늙어가면 행복하지 않을까. 그것도 오복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었다. 근데, 이 할머니가 낯선 내게 말을 거는 것이다.
"내가 65 야."
"아, 네~"
처음 만난 할머니가 그것도 지인과 함께 앉아 있는 내게 대뜸 나이부터 말씀하시니 뭐라 말을 받아야 할지 난감했다.
"내 나이쯤 되면 오복이 뭔 줄 알아?"
"글쎄요.."
그러자 할머니가 갑자기 옆자리의 할아버지가 듣지 못할 만큼 작은 소리로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남편 없는 거. 얼마나 귀찮은지 몰라. 끼니 때마다 챙겨줘야지, 나 혼자 편하게 친구들이랑 여행다니고, 놀러 다닐려면 남편이 없어야 해"
"네? 아,네…"
옆자리의 할아버지가 못 들은 것을 확인하신 할머니는 계속 말씀하셨다.
"그리고 딸이 있어야 해. 아들은 필요 없어. 그리고 돈! 친구가 있어야 하고, 건강하면 그게 오복이야."
말씀을 듣고 보니 그럴 듯도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1m간격두고 너따로 나따로 걷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남편한테 그랬다. 우리는 저렇게 걷지 말자고..같이 손 잡고 걸을 수 있게 그렇게 예쁘게 늙어가자고 했다. 근데, 그 노부부는 1m간격을 유지하지도 않은, 서로 템포를 맞춘 아주 보기 좋은 노부부였다. 그 부부의 할머니가 이런 말씀을, 그것도 처음 보는 내게 오복중의 하나가 남편이 없느거라고 하시니 뭐라 답변도 못하겠고, 참으로 당황스러웠음이다. 옆자리의 할아버지가 들었음 어쩌나 걱정했을 정도다.
할머니 옆을 그림처럼 지키시는 할아버지가 있기에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할아버지랑 일찍 사별하셨다면 아마도 그렇게 말씀하지 못하셨으리라.
그렇게 휴식을 취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자리를 뜨셨다. 두 분의 걸어가는 뒷 모습은 세월의 편안함이 느껴지는 바람직한 노부부의 모습이었다.
말씀을 그래도 할아버지를 챙기며 걷는 할머니의 모습이 정겨웠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 돈을 같이 쓸 사람이 없으면 행복하지 못할 것이고, 아무리 돈이 많아도 건강하지 못하면 그닥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돈 없고 아픈 것보다야 낫겠지만 그래도 건강이란 것이 밑바탕이 되야 가능하다.
남편이 없는 것이 오복중의 하나라도 말씀하셨던 할머니의 말씀이 맞는다고는 못하겠지만, 할아버지와 나란히 걷는 할머니는 행복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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